어떻게 트리밍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된다. 빌의 경우에도 그랬다. 소각식을 의심한 적은 없었으나 유령 같은 작품으로 인해 그는 상하좌우, 프레임 밖의 세상을 더듬어보게 된 것이다. 빌의 말은 결국 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불타는 작품 도서의 책소개
윤고은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상상력으로 현실을, 작금의 현실 속에 자리하고 있는 부조리함에 대해 과감하고 유쾌하게 소설작업을 이어왔다. 대개 그의 글에서 현실을 감각적으로 풍자하는 마음이나, 소설로 현실을 재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갸웃거리는 독자들에게 그녀는 명랑하게 혹은 친밀하게 자신의 문학을 소개했고, 소설의 언어를 무기 삼아 현실의 불편한 삶의 이해와 다채롭게 다각화된 일상을 자신만의 세계로 구축했다.장편소설 《불타는 작품》은 작가로서의 윤고은에게 필모그래피의 분기점이 될, 스스로의 당위에 천착하고 꼭 써야만 했던 필연적인 작품이라 말할 수 있겠다. 문학잡지 《악스트》에서 연재를 마치고 1년 동안 수정과 탈고를 거쳐 출간된 《불타는 작품》은 예술가에게 있어 예술과 작품 사이의 ‘관계’에 대한 희비극적 성찰과 블랙코미디적 이야기 전개, 작품을 불태우는 파괴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작품의 가치와 작가의 위상이 올라가는 자본주의 역설에 대한 고발 등 지금 이 시대의 예술작품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묻는다.
저자 윤고은 소개
2008년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으로 한겨례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1인용 식탁》 《알로 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 《해적판을 타고》 《도서관 런웨 이》 등을 썼다. 이효석문학상, 대거상 번역추리소설상 등 을 수상했다. 윤고은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상상력으로 현실을, 작금의 현실 속에 자리하고 있는 부조리함에 대해 과감하고 유쾌하게 소설작업을 이어왔다. 대개 그의 글에서 현실을 감각적으로 풍자하는 마음이나, 소설로 현실을 재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갸웃거리는 독자들에게 그녀는 명랑하게 혹은 친밀하게 자신의 문학을 소개했고, 소설의 언어를 무기 삼아 현실의 불편한 삶의 이해와 다채롭게 다각화된 일상을 자신만의 세계로 구축했다. 소설집 《1인용 식탁》 《알로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 《밤의 여행자들》 《해적판을 타고》 《도서관 런웨이》 등으로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윤고은의 신작 장편소설 《불타는 작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예술 작품들의 창작과정과 불태워져야지만 최고의 작품으로 둔갑되는 그 순간들을 윤고은 특유의 깊고 섬세한 통찰로 만나보게 되었다.
발췌문
<밤의 여행자들>로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대거상을 수상한 윤고은의 장편소설. 물리학자 김상욱의 추천대로 '한마디로 기상천외하고 흥미진진'하다.12년 전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는 미술작가 안이지는 잊혀지던 작가였다. 생계를 위해 '빨리' 어플의 라이더로 쉐이크쉑 버거 배달을 하던 안이지는 로버트 재단의 창작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불타는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제안은 이러하다.로버트 재단 인근 도시(Q)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완성한다.항공권, 체류비, 활동비, 전시 등을 지원하되 전시회 마지막 날에 작품 중 하나를 소각한다.NFT화를 위해 원본을 불태운 데미안 허스트가 연상되는 제안이다. 작가들의 이력의 가장 화려한 한 줄이 될 만한 기회. 로버트가 개라는 것, 로버트가 안이지의 작품에 좋아요를 누른 게 그가 선택된 이유의 전부라는 것은 이 작품의 세계관에서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랜드 캐니언의 프로포즈 사진의 촬영자로 널리 알려진 개, 파피용, 로버트의 심미안을 의심하는 이는 이 세계에 없다. 안이지는 작품을 불태울 것이고, 존재하지 않을 작품이 그를 유명하게 해줄 것이다.앤디 워홀이 했다는 창작에 관한 명언,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똥을 싸도 박수쳐 줄 것이다."는 실제로 그가 한 말이 아니라고 한다. 복제와 복제를 거치면서 예술과 진실 사이엔 거리가 생겼다. 배달 어플의 한 점이 된 라이더가 걸어오는 경로가 효율적인지 휴대폰 액정으로 지켜보는 일, 화재로 실제로 타오르는 캘리포니아의 거리를, 그 공간에 살던 사람들에 아랑곳없이 아름다운 색채로 인식하는 일, 유리 온실 안에서 창 밖의 새의 아름다움을 조망하되 유리에 부딪친 실제 새의 온기엔 신경을 끄는 일. 이 똥같은 사회에 갇힌 우리의 처지에 대해 윤고은의 소설은 덧칠해 나간다. 무엇이 진실일까? 소설의 질문에 사로잡힌 채 독자는 한 가지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다. 윤고은은 진짜다. 독자의 상상력 빈곤을 자책하게 만드는 기묘한 설정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놀라운 이야기 전개로 유명한 윤고은이 이번에도 윤고은했다. 오즈 나라의 노란 벽돌길을 걷는 도로시가 되어 엘리스의 이상한 나라 를 여행하다 보면 소통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다 무슨 소용이랴. 한마디로 기상천외하고 흥미진진하다. 이 책이야말로 바로 윤고은의 불타는 작품이다. 요셉 보이스의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것인가?」를 친절한 언어로 제시한다면 이러하지 않았을까? 변기가 예술이 된 후, 깡통 속 대변이 작품으로 인정받고, 벽에 붙은 바나나에 열광하는 현대미술계의 질문을 특유의 호기심 넘치는 시선으로 풀어낸 관점이 즐거웠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로버트의 모습은 뱅크시와 같았고, 얕은 욕망과 불안 속에 허덕이는 안이지는 이 시대를 견뎌내기 위해 삶을 불태우고 있는 수많은 작가들의 고민처럼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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