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1초가 아까운 세상이다. 시간이 돈만큼 혹은 돈보다 중요한 자원으로 변모하면서 ‘시간의 가성비’가 중요해졌다. 단지 바빠서가 아니다.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이행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볼 것, 할 것, 즐길 것이 너무 많아졌다. 초 단위로 움직이는 현대 플랫폼 경제에서 시간의 밀도가 높아지며, 우리는 가속의 시대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4 도서의 책소개
모든 일은 서서히 준비되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챗GPT가 그랬다. 인공지능 기술과 이야기가 수도 없이 나왔지만, 챗GPT만큼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없었다.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자연어’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서 말하는 ‘영어’는 한국어도 될 수 있고, 일본어도 될 수 있다. 그러니까 그냥 평상시의 말과 글로 이루어지는 인공지능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모든 학자들이, 모든 책들이 ‘AI’와 ‘인공지능’, ‘챗GPT’를 얘기하는 이 시점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인간의 역할 혹은 역량에 주목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즉, AI는 자신이 내놓은 결과물을 평가할 수 없다. 그것에 점수를 매기고 그 결과물을 채택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몫이다.미드저니가 아무리 환상적인 그림을 그릴지라도, 그 마지막 터치는 인간에게 남겨져 있다. 바로 ‘화룡점정’이다. 오롯이 인간만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2배속 사회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여백은 무엇인가? 올해의 〈트렌드 코리아〉는 유독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저자 김난도 소개
교수, 트렌드 연구자, 컨설턴트, 작가, 유튜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유튜브 채널 ‘트렌드코리아TV’를 진행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2008년부터, 그 영문판인 〈Consumer Trend Insights〉 시리즈를 2020년부터 매년 출간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 Vol.1』,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 『마켓컬리 인사이트』, 『트렌드 로드: 뉴욕 임파서블』, 『트렌드 차이나』, 『럭셔리 코리아』, 『디자인의 시대, 트렌드의 시대』(공저), 『2011 대한민국 소비지도: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공저), 『2013 Consumer Trends in Korea』 등의 책을 썼다. KBS 1TV <명견만리>, tvN <김난도의 트렌드 로드>, KBS 해피FM 〈김난도의 트렌드 플러스〉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온라인 공개 강좌 K-MOOC에서 〈소비자와 시장〉이라는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서울대 소비자학 학사·석사·박사. 2009년부터〈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로 활동하고 있다. 소비자행복과 소비자심리 분야에 관심이 많고, 서울대에서 소비자조사법과 신상품개발론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리서치애널리스트와 서울대 소비자학과 연구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동아일보 ‘트렌드 NOW’ 고정 칼럼니스트, 롯데쇼핑 ESG위원회 위원장, LG U+ MZ세대 자문위원, 하나은행 경영자문위원, 서울시·국토교통부·통계청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소비자학회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으며, 『트렌드 차이나』,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 Vol.1』, 『나를 돌파하는 힘』을 공저했다. 다수 기업과 트렌드 기반 신제품개발 및 미래전략 기획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발췌문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말은 중국 남북조 시대 남조 양(梁)나라의 화가 장승요의 고사에서 비롯하였다. 장승요가 금릉에 있는 안락사라는 절에 네 마리의 용을 그리면서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를 기이하게 여겨 묻자, 화가는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 용이 하늘로 날아가기 때문이라고 답하였다. 사람들이 그 말을 믿지 않자 장승요는 네 마리 용 가운데 두 마리의 눈에 점을 찍어 눈동자를 완성하였고, 이내 두 마리 용이 승천하여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은 두 마리만 남았다고 한다. 이후 ‘어떤 일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온 세상이 챗GPT와 AI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우리 삶의 변화는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었음에도, 자연어로 소통 가능한 인공지능의 등장은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 들어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를 확정한 날 저녁, ‘트렌드코리아 팀’은 챗GPT에게 2024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를 물었다. AI가 뽑은 8가지 키워드를 본 저자 김난도 교수의 개인적인 소감은 ‘안도’였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채울 수 없는 창의의 영역이 아직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내놓은 비슷비슷한 결과물 속에서 어떤 ‘휴먼 터치’가 마지막에 더해졌느냐에 따라서 그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로, ‘화룡점정’이다. 2024년 청룡의 해, 용의 승천을 완성할 마지막 점정(點睛)을 준비하고 있다면 올해도 <트렌드 코리아>를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이번 책을 내면서 AI를 활용한 개인적 경험을 통해, 나는 확신하게 됐다. 앞으로 상당한 기간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사람만의 영역이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AI가 기계적인 생산성은 월등히 높여줄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기대 수준을 맞추려면 인간의 역할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어쩌면 더 중요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비슷비슷한 결과물 속에서 어떤 ‘휴먼 터치’가 마지막에 더해졌느냐에 따라서 그 수준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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